최근 IT 뉴스의 중심은 단연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 CEO 방한 소식이었습니다. 전 세계 AI 산업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그가 한국 정부와 삼성, SK, 현대차, 네이버와 같은 주요 기업들에 무려 26만 개에 달하는 차세대 GPU(Graphic Processing Unit)를 우선 공급하겠다는 '깜짝 선물'을 발표했기 때문이죠.
지금 GPU는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귀한 몸입니다. 이 엄청난 규모의 공급은 한국을 단숨에 AI 인프라 강국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 '빅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GPU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난리가 나는 걸까요? 단순한 그래픽 카드라고 알고 있는데, 왜 AI 시대에는 금값처럼 귀해진 걸까요?
GPU는 그래픽 처리 장치(Graphic Processing Unit)의 약자입니다. 이름 그대로 원래는 3D 게임이나 고화질 영상을 빠르게 처리하여 우리 눈에 부드러운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GPU의 설계 구조가 현대의 인공지능(AI) 연구에 놀랍도록 적합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 역할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AI의 핵심인 딥러닝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동시에, 그리고 반복적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백만 장의 이미지를 분석하여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분하는 학습을 시킨다고 가정해 봅시다.
GPU는 이처럼 동일한 종류의 단순 연산을 대량으로 처리하는 데 극도로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래픽 화면의 수백만 픽셀(점) 각각의 색상을 동시에 계산하는 능력, 바로 이 병렬 처리(Parallel Processing) 능력 덕분에 GPU는 이제 AI 학습과 데이터 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불리고 있습니다. 더 이상 게임용 부품이 아니라, 미래 산업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칩이 된 것입니다.
GPU의 위상을 이해하려면 컴퓨터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CPU와 비교해 보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두 칩은 컴퓨터 내부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보완적인 관계를 가집니다.
1. 코어(Core) 구조와 개수의 차이
CPU (중앙 처리 장치):
소수의 매우 강력하고 복잡한 코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코어 하나하나가 복잡한 명령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순차적으로 처리합니다.
컴퓨터 운영체제 실행, 프로그램 관리, 복잡한 논리 연산 등 '다재다능한 관리자' 역할입니다.
GPU (그래픽 처리 장치):
수천 개의 작고 단순한 코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코어 각각의 성능은 CPU보다 낮지만, 이 많은 코어가 힘을 합쳐 동시에 연산합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천 명의 전문가'가 분담하여 처리하는 것과 같습니다.
| 구분 | CPU (Central Processing Unit) | GPU (Graphic Processing Unit) |
| 코어 특징 | 소수 (4~64개), 강력하고 복잡함 | 다수 (수백~수천 개), 작고 단순함 |
| 처리 방식 | 순차적 (직렬) 처리에 최적화 | 병렬 처리 (동시 연산)에 최적화 |
| 주요 작업 | 운영체제, 일반 프로그램 실행, 시스템 제어 | AI/딥러닝 학습, 3D 그래픽 렌더링, 대규모 데이터 분석 |
CPU가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의사결정'을 담당한다면, GPU는 그 결정에 필요한 '엄청난 양의 계산'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보조 프로세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차에서 CPU는 '브레이크를 밟을지 말지'를 결정하고, GPU는 '수많은 카메라와 센서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하여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계산을 담당합니다.
엔비디아가 이 GPU 시장, 특히 AI용 고성능 GPU 시장을 90% 이상 장악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엔비디아는 GPU를 범용 컴퓨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CUDA(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를 일찌감치 개발하고 보급했습니다.
이 CUDA는 프로그래머들이 엔비디아 GPU의 병렬 처리 능력을 AI 모델 학습 등 다양한 분야에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운영체제입니다. 전 세계 AI 연구소와 개발자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엔비디아의 GPU와 CUDA 환경에 익숙해져 있고, 모든 딥러닝 프레임워크가 CUDA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엔비디아는 최고의 하드웨어(GPU)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하드웨어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생태계(CUDA)까지 완벽하게 구축한 것입니다.
이 강력한 생태계가 바로 엔비디아가 AI 시대의 독보적인 '핵심 인프라 제공자'로 군림하는 이유입니다.
젠슨 황 CEO가 한국 기업들에 최신 AI 칩 26만 개를 우선 배정한 것은 한국의 높은 기술력과 AI 산업 잠재력을 인정한 결과입니다.
이 GPU들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AI 팩토리', SK의 AI 연구개발, 현대차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개발, 네이버 클라우드의 피지컬 AI 플랫폼 구축 등 대한민국의 핵심 산업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GPU가 부족해 AI 연구나 모델 학습에 어려움을 겪던 기업과 연구기관들에게 이 26만 개의 GPU는 가뭄의 단비와 같습니다.
이는 단순한 물량 공급을 넘어, 한국이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고 글로벌 3강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입니다. GPU는 미래 컴퓨팅의 중심에서 계속 빛을 발하며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입니다.